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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기고

<성명> 신당역 여성살해 추모 성명: 한 '여성' '노동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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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꽃페미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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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16

불과 며칠 전인 9월 14일 오후 9시, 또 여성살해사건이 일어났다. 이번엔 신당역 화장실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피해자는 서울교통공사 소속 20대 여성 역무원이었고, 가해자는 그를 스토킹하던 입사 동기 남성이었다. 그는 신당역에서 피해자를 기다리다가 홀로 순찰 중인 피해자를 따라가 죽였다. 그는 지난해 10월 불법촬영 혐의로, 올해 1월 스토킹범죄 혐의로 입건된 전력이 있었다. 범행 당일은 두 건에 대한 선고가 나오는 전 날이었다. 가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재판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을 진술했다고 한다.

사법계가 불법촬영 고소 건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지 않았다면, 경찰이 스토킹 범죄를 신고한 피해자에 대한 후속 조치를 제대로 했다면, 서울교통공사에서 역무원의 2인 1조 순찰 지침을 세웠다면, 이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러한 맥락은 이 살인이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한 여성혐오범죄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젠더와 노동이라는, 명백히 구조적인 두 가지 문제에 얽힌 살인사건을 두고도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 말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상훈 서울시의원은 가해자의 사회생활과 취업 준비 고충을 언급하며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여러 가지 폭력적인 대응을 남자 직원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재 한국의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당당히 “구조적 차별은 없다"고 말한, 검찰 출신 중년 남성이다.

우리는 묻는다. 일터에서 불법촬영과 스토킹 범죄에 노출되던 여성 노동자가 업무 중 살해당한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고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면, 무엇이 구조적 문제인가? 이 여성의 죽음에 국가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책임이 없다면 국무총리는 왜 대응방안을 검토하라고 했으며, 서울교통공사는 왜 “신당역 여직원 사망사고" 건 대책을 16일 오전 10시까지 제출하라고 했는가? 

시민의 죽음 앞에서 정부는 도대체 누구의 눈치를 보고 있나? 무엇이 두려워 여성혐오범죄를 여성혐오범죄라 부르지 못하고, 구조적 폭력을 구조적 폭력이라 부르지 못하며, 책임을 명확히 말하지 못하는가? 여성 시민의 죽음 앞에서 시민 보호라는 국가의 당연한 의무보다 '구조적 책임에 대한 부정'이 앞서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정말 구조적 성차별이 없는가?

그래서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또다시 제대로 불리지 못한 죽음에 이름을 붙여 애도한다. 국가권력의 외면으로 목숨을 잃은 한 여성 노동자를 추모한다. 이 죽음에 얽힌 책임을 직시할 것을 국가에 요구한다. 불법촬영과 스토킹 끝에 일어난 여성살해는 명백한 젠더기반폭력이며 여성혐오범죄다. 홀로 야간업무를 하던 중 노동자가 죽은 사건은 노동자의 안전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 '여성'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정부는 구조적 폭력을 시인하고, 사과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아라. 더 이상 여성의 죽음을 외면하지 마라.



2022.9.16.
불꽃페미액션